서승아 칼럼위원
(사)한국문인협회 회원(중앙/파주)
2장: 이상한 그릇(1회)
아직은 가족들이 마련해 준 대로 따라가는 길이 안전하대요. 꼬맹이는 가족들에게 보물이라는 것을 잘 몰라요. 키 큰 가족들에게 방해만 되고 있어서 심심하고 외롭기만 했어요.
아빠와 삼촌들이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다 주면 꼬맹이는 그저 받아먹기만 했어요. 얼마나 많이 잡혔는지 살펴보지도 않고, 그릇마다 수북이 담긴 모습을 볼 뿐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릇이 채워지는 것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어요. 그때부터 줄곧 시무룩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마을의 아주머니들도 부지런히 땅속에서 먹을거리를 캤어요. 날씨가 풀리니 땅이 촉촉해지고, 일하는 어른들은 신이 나서 노래를 불렀어요. 풀이 뿌리째로 쉽게 뽑혀진다고 날씨 따라 기분도 시원해 참 좋다고요.
그런데 어른들에게는 걱정이 하나 있었어요. 고기든, 산나물이든 많이 수확할수록 담을 그릇이 튼튼하고 많아야 하잖아요. 나무껍질로 만든 주머니는 모양이 예뻐도 비에 젖으면 음식을 보관할 수가 없다고 고민이라는 거예요.
비 오는 날에는 특별히 음식을 잘 보관해야 해서 튼튼한 그릇이 필요해요. 가족들은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항상 생각해요. 특히 누나들과 아주머니들이 그 문제를 걱정했어요.
그릇은 행복을 담기에 좋은데, 밭에 나갔다가 수확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그릇 때문에 초조해지면 안 되겠지요.
가족들은 누구나 집에 갈 때는 뭔가를 가득 싸 들고 가야 하는 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머리에 커다란 짐을 이고, 등에 지고, 두 손에 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집에 가야 체면이 선다고 하면서요. 집에 가져갈 음식 보따리는 크고 무거울수록 좋은 거래요.
꼬맹이 손으로는 들 수 없는 그릇이 그렇게 좋은 건지 몰라요. 그런데도 필요하다 하니 꼬맹이는 싫어할 수밖에 없어요.
제공/서승아 칼럼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