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현숙 논설위원
정당이란, 국민이 직접 통치하는 정부와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능력을 전제로 하는 두 가지 예로 축약해 보자. 우리나라는 후자 쪽이라 하겠다.
대통령을 뽑고, 국회의원을 뽑고, 지자체의 일꾼을 뽑는 투표라는 것이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금배지만 달았다하면 대국민 고자질쟁이들이 된다.
자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못한 건 전부 조상 탓이고 국민을 수단으로 이용하며 각 정당의 이익을 옹호하느라 서로 공격적 삿대질에 총력을 기울인다.
각 정당은 조직력이 필수 생명줄이다. 그러나 조직하고 판단하고 이끌어 가는 것, 소위 총대 지는 일을 두려워하는 머리만 큰 수뇌부와 그들을 추종하는 못난 이합집산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판단력 잃은 대국민 고자질로 당내 분열을 재촉하다가 끝내는 자멸하고 만다. 뛰어난 재능이다.
민주당이 총선에 승리한 이후, 의회 다수당의 이점을 마음껏 누리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에 없던 국내외적 난국에 여당과 야당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과거 정부의 맹점인 조직력의 와해, 수장이 제 아무리 똑바로 노를 저어도 조직력을 잃으면 배는 산으로 가기도 전에 난파한다. 조직의 구심점은 무엇인가.
최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대남 비판 담화 등으로 연일 대한민국을 겨냥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일곱 번째 발사다. 한편 북한 외무성이 권정근 미국담당국장 명의의 담화를 내고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하여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담화문에는 “우리 군대의 위력시위 사격을 놓고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 못해 쩔쩔매어 만 사람의 웃음거리가 된 데서 교훈을 찾을 대신, 저들이 삐칠 일도 아닌데 쫄딱 나서서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이라고 떠든 세상 끝판 막말에도 청와대는 북한에게 일곱 번이나 맞은 탄도미사일에 내성이 생겼는지 항변은커녕 별다른 반응조차 없다.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존엄성은 온데 간 데 없다. 아마도 일본이 그랬다면 맞붙어 보자고 인정심리를 자극하며 대국민 고자질을 해댔을 것이다.
북한을 향한 대한민국 정부의 거듭되는 비굴은 약삭빠른 일본을 무역전쟁, 경제보복이라는 국제적 관심의 중심에 서게 했다.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규제가 그것이고, 아베의 선거 전략이었다.
전략물자란, 국제사회가 북한 등 테러지원국에 대해 수출을 규제한 물자를 말하며 군수물자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것, 즉 첨단물자를 포함한다.
현재 일본의 수출 품목인 리지스트, 에칭가스와 같이 반도체 필수 소재와 스마트폰 필수 소재인 플루오드폴리아미드에 이어 우리나라를 향한 수출규제품목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에칭가스를 북한에 수출했다고 강력히 주장하다가 최근엔 얼버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세 가지 품목 수입규제에 대해 딱히 대처할 방법이 없다.
자국에서의 소재 개발이 어렵고, 아이러니 하게도 일본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우리나라 제품의 국제적 부가가치와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국민은 일본산 부품 불매운동을 하고, 원자재 수입과 제품 수출이 막힌 반도체 업체들은 당장 오늘이 걱정이다. 국민에겐 대의제도를 수단으로 국익과 공적인 삶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정부의 판단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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