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헉헉거리며 산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사람과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럴 땐 이런 생각이 연이어 든다.'벌써 내려오다니.
이제 힘들지 않을 테니 얼마나 좋을까?'가 첫 번째 드는 생각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오르는 산의 정상을
이제 곧 만날 수 있으니 조금만 더 참고 오르자.'가 이어지는 두 번째 생각이다.
반대로 정상을 찍고 내려오다 보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올라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그 때도 이런 생각이 연이어 든다.
'아직도 오를 길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저렇게 힘들어하다니.
끝까지 오를 수 있을까?'가 첫 번째 생각이라면 뒤따르는 두 번째 생각은 이렇다.
'두고 내려오기 아쉬웠던 그 아름다운 정상을 이제 곧 만날 수 있을 테니 참으로 부럽다.
'산이나 인생 모두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기 마련이다.
힘들다고 포기할 일도 아니고,손쉽다고 마냥 좋기만 한 것도 아닐 것이다.
내려올 때 느꼈던 아쉬움을 다시 오를 때 곱씹을 수 있다면,
오르막도,내리막도,그저 나아가는 길의 일부분일 뿐이다.
산도 그렇고,아마, 인생도 그럴 것이다.
산에는 벌써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했고 더없이 아름답지만,
인생은 언제나 푸르렀으면 좋겠다.욕심은, 산도 어쩌지 못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