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순 칼럼위원(前 임진초등학교 교장)
봄이 오고 가는 것은 꽃이 피고 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봄은 영어로 Spring인데 스프링처럼 솟아오르는 새 생명과 ‘샘’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 봄에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쓴 「꽃의 지혜」를 읽으면서 “푸른 산은 붓질 없어도 천년 묵은 그림이요, 맑은 물은 현(줄)이 없어도 만년 우는 거문고(靑山不墨千秋畵 綠水無絃萬古琴)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지금 우리 산하는 스프링처럼 희망이 솟아오르고 기쁨이 샘솟는 봄이다. 재촉도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새싹들이 스프링처럼 솟아 온 천지에 생명의 수를 놓은 덕분이다.
하룻밤 사이에 활짝 만개하는 꽃들의 아름다움을 선물로 받기만 하다가 화려함안에 감춰진 꽃의 지혜를 보라는 죽비를 맞고 눈이 번쩍 뜨였다.
모든 식물은 흙에 붙박혀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할 운명을 타고났기에 그 숙명에 순종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식물들은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씨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부터 어둡고 무거운 땅속 공간을 깨뜨리고 지구를 들어 올릴 꿈을 꾼다.
빛을 향해 모든 것을 거는 무한 도전이 「꽃의 지혜」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은 생명의 신비이고 배움의 샘이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더 높고 더 넓은 공간으로 가지를 뻗지만 무한정 자라지 않는다. 자연법칙과 조화를 이룰 만큼만 성장을 한다. 꽃의 지혜로운 절제와 조화의 신비한 능력이다,
땅에 달라붙은 것 같은 야생초와 천년을 훌쩍 넘어 사는 아름드리 거목들은 자연법칙을 터득한 꽃들의 지혜이다.
꽃들의 원대한 목표와 자유를 향한 도전은 자신들을 묶어 놓은 지구(흙) 표면을 전부 덮는 것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긴 겨울의 터널을 침묵과 인내로 통과한다. 살을 에는 극한의 추위를 견뎌낸다. 눈비와 모진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꽃피울 날을 기다린다. 얼고 녹기를 수 없이 반복하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다. 겨울바람 소리는 들리지만 불평 한마디 없다.
그리고 오늘 우리 앞에 보란 듯 아름다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다. 꽃은 더 이상 화려한 빛깔과 오묘한 향기를 과시하는 신의 선물이 아니다. 천형과 같은 삶의 조건에 굴하지 않고 생존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지혜를 쓰고 전략을 구사하는 생명의 전사들이다.
자동차가 질주하는 아스팔트 틈에서도, 단단한 바위틈에서도, 깎아지른 절벽에서도, 태산준령에서도 꽃을 피운다. 「꽃의 지혜」로 가꿔지고 지켜온 ‘푸른 별’ 지구는 우주에서 유일한 ‘생명의 보고(寶庫)’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쓸모없을 것 같고 양분도 안 되는 꿀과 향기를 공들여 만든다.
공들여 만든 꿀과 오묘한 향기는 열매를 맺기 위한 “생명의 초대장”이다. 곤충과 나비와 벌들은 생명의 초대를 거부하지 않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오늘의 희망 메시지는 꽃이 건네는 지혜를 배우자는 제안이다. 식물과 동물과 곤충과 사람이 공생 공영하는 촉매역할을 보기만하지 말자. 꽃보다 더 아름답고 수천 배 지혜로운 사람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면 답이 보인다.
모든 사람은 아기였다. 우리 모두의 본질인 아기들의 오묘함에 집중해보자. 샘물보다 더 맑은 눈, 오물거리는 앙증맞은 입술, 거부할 수 없는 맑은 피부와 따스한 온기, 달콤한 아기 냄새가 우리의 본질이다.
순간순간이 새로운 역사이고 축복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위대한 존재들이며 지구촌의 주인이다. 존귀한 지구의 주인들이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낳지 못할 만큼 고단하게 사는 희망 세대들에게 꽃보다 아름다운 삶의 함께 살아내자는 공생의 메시지이다.
힘들고 어렵다고 포기해야 할까? 앞날이 안 보인다고 절망해야 할까?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짐이 무겁다고 주저앉아야 할까? 경쟁자가 많다고 미리 겁을 먹어야 할까?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포기해야 할까?
아파트 화단에 핀 이름 모를 꽃 한 송이가 “나는 땅에 붙박혀 살아가는데도 꽃을 피운다. 당신의 삶이 나처럼 활짝 피어나지 않겠습니까?”라고 걸어오는 희망 메시지를 들어보자.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운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들이다.
한 생명의 출생은 개인의 봄, 가족의 봄, 나라의 봄이다. 이제 사람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자. 황무지가 장미꽃같이 피는 대한민국의 꿈을 모든 세대에게서 찾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