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아 칼럼위원(한국문인협회 회원(중앙/파주))
꼬맹이는 아직 칼날에 깃드는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요.
돌에 칼날을 비벼서 날카롭게 만들면 팔이 아프다는 것쯤은 알지만요. 몸을 힘들게 하는 일이 마음에까지 전해질 거라 생각하지는 못해요.
"대왕 할아버지, 대왕 할아버지 칼이 세상에서 제일 멋있어요." 꼬맹이는 대왕 할아버지 얼굴만 보면 엄지손가락을 꼽아 보여요. 그뿐이 아니에요. 대왕 할아버지 턱 밑에 난 수염도 좋아해요. 걸음걸이도 따라할 정도랍니다.
꼬맹이의 눈에 비친 대왕 할아버지 모습 중에는 부러운 것이 많아요. 걸음걸이에서부터 식사하시는 모습까지 모든 움직임이 부러워요. '대왕할아버지처럼 천천히 밥 먹고, 혼자서 조용히 먹고 싶어.'
대왕 할아버지는 가족들과 함께 얼굴 보며 밥을 드시지 않고, 따로 상을 받으시지요. 꼬맹이는 대왕 할아버지 혼자 반찬을 따로 드시는 걸 부러워했어요. 또 급히 먹고 일하러 가는 가족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요.
‘대왕 할아버지는 좋으시겠다, 맛있는 반찬을 천천히 드실 수 있으니까.’ 꼬맹이는 형제들보다 느려서 밥도 천천히 먹어요. 늘 형들과 누나들에게 맛있는 반찬을 빼앗겨서 식사 시간에는 뾰루퉁해져 있어요. 큰누나가 챙겨 주지 않으면 배불리 먹지 못해요.
대왕 할아버지의 밥상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꼬맹이가 대왕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예요. 대왕 할아버지의 옆에 함부로 가는 사람도 없지만, 꼬맹이의 눈길만이 대왕 할아버지에게 향해 있었어요. 꼬맹이가 비록 어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는 못해도 대왕 할아버지의 마음은 알 수 있답니다.
그러나 슴베만은 꼬맹이도 탐낼 수 없어요. 할아버지도 슴베를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슴베를 만드는 솜씨 정도만 익힐 수 있는 거죠. 날카로운 그 칼날은 온전히 대왕 할아버지의 보물이에요.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