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두바이에 있는 ‘부르즈 할리파’이다. 163층 829.84m 높이의 부르즈 할리파에는 분당 600m를 이동하는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1분에 600m. 그러니까 1초에 10m를 이동하는 속도니 눈 몇 번 깜빡거리면 옆에 있던 사람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린다는 말이다.
부르즈 할리파의 163층에 오르고자 하는 두 사람이 1층에 서있다. 한 사람은 곧 도착할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은 계단을 걸어서 오를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사람은 불과 2분이 지나기도 전에 163층에 당도했지만 계단을 걸어서 오른 사람은 그로부터 약 2시간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도착하였다. 두 사람 중 누가 더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였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운동에 의한 체력 증진이 삶에 질에 미치는 효과도 궁금하지 않다. 궁금한 건, 목적지까지 엄청난 속도로 순간 이동을 한다는 게 시간을 줄이는 것이냐 아니면 시간을 앞당겨 써버리는 것이냐 인데 오래된 이 궁금증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해결되거나 정리되지 않는다.
작년 봄에 꽃을 피우고 가을에 붉어졌던 산수유 열매가 아직도 나무를 떠나지 못했다. 궁금해졌다. 산수유 열매는 작년을 올해로 연장하여 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작년과 다른 새로운 한해를 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지금인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시간이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과거의 연장이기도 하고 당겨진 미래일 수도 있다. 쌓아온 탑에 계속 돌을 얹어 완성도를 높일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탑을 쌓아 탑의 숫자를 늘릴 것이냐? 오래된 이 고민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해결되거나 정리되지 않는다.
혹시, 미래와 과거를 초고속으로 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다면 이 고민이 해결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메말라가는 산수유 열매만 바라볼 뿐이다. 그저 하루에 충실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