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인간적 한계로 인해 사람은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해석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즉, 자신이 경험한 만큼의 세상만을 이해하며 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세대를 살았던 사람들도 현재의 우리들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같은 이해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라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각각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해석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늘 불안정하다.
하지만 그 다름이 다양성을 만들고, 그 다양성이 상호 교류하면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세상은 불안정하기에 발전한다.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불안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조화로울 수 있는 것이다.
모내기가 끝났다.
가지런하게 모가 심겨져 있는 논을 만나는 요즘이 즐겁다.
볍씨를 직접 논에 뿌리는 직파농법이 한동안 유행하더니 근래 들어 다시 모를 심는 농법으로 회귀하였다.
그래서인지 가지런히 모내기를 한 논을 만나는 일은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좀 과장해서 얘기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감동(感動)이라고 한다.
같은 모판에서 나온 모라도 모내기를 하고 나서 보면 크기가 들쭉날쭉하다.
모마다 생육상태가 다르고 심길 때의 깊이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내기를 끝낸 논을 보면 참 가지런해 보인다.
모들의 어울림이 조화롭기 때문일 것이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바람의 방향을 따라 모들이 춤을 춘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 춤사위를 따라 움직이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모내기를 한 논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은 그래서 감동인 것이다.
좀 에둘러서 얘기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타인 때문에 상처 받을 필요가 없다.
나 역시도 타인이 아닌 내 중심으로 세상을 해석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타인도 나와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무리한 욕심이다.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착각일 뿐이다.
모내기를 한 논의 모들은 다르기 때문에 조화로운 것이다.
받아들이면 된다.
다르다는 것을.
비슷하지 않다는 것을.
다르기 때문에, 비슷하지 않기 때문에 감동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감동은 조화에서 오고, 조화는 불안정에서 오며, 불안정은 다름에서 온다.
결국, 감동은 우리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이다.
그러니 그 다름에 상처 받거나 다름을 두려워하지 말자.
다르게 때문에 오늘도 세상은 조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