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아 칼럼위원(한국문인협회 회원(중앙/파주))
달님을 목에 걸고-3
키 작은 꼬맹이는 열매를 딸 수가 없어서 떨어진 것들 가운데 고운 것을 골랐어요. 꼬맹이의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으로 열매를 하나 하나 닦아서 입에 넣으면 톡 톡 터졌어요. 입 속에서 열매의 즙이 새콤달콤하게 퍼지면 절로 웃음이 나와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 사냥길에 에, 에에, 맛있는 고기 잡으러 떠난 우리 아빠, 우리 삼촌들, 우리 형아들 -- 할아버지 슴베로 사냥왕이 될 테야.‘
꼬맹이는 커다란 고기를 구워도 먹고 삶아도 먹을 생각을 하면서 줄곧 흥얼거렸어요. 마음이 즐거우면 몸에 힘이 불끈불끈 솟는 것 같잖아요.
꼬맹이가 집안일을 돕겠다고 눈에 띄는 대로 불을 뗄 나뭇가지를 주워서 마당 한쪽에 모았어요. 사냥에서 갓 잡아 온 고기를 바로 구울 수 있게 하려고요. 멀리 나갔다가 돌아오면 얼마나 피곤하고 배 고픈 줄 알 것 같았으니까요.
꼬맹이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사냥에서 돌아올 가족들을 기다렸어요. 누나들이 불러도 못 들은 척하고요.
"어서 와서 실이나 좀 감아.“
어제의 꼬맹이가 아니라는 것을 누나들은 아직도 모르나 봐요. 사내라는 사실을 알아 주지 않는 누나들이 정말 서운했어요.
꼬맹이는 누나들의 일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누나들의 일을 돕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일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에요.
꼬맹이의 머릿속에는 벌써 남자의 모습이 서려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형들과 삼촌들이 대왕 할아버지의 슴베 같은 칼날을 만들고 사냥 연습하는 데에 하루를 보내는 걸 보았거든요. 누나들도 형들처럼 긴 시간을 들여 일을 하지만요, 어쨌든 두 가지 일을 모두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멀리 사냥길에 올랐다가 돌아오는 날이면 보물섬에 다녀온 것처럼 선물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답니다. 누나들과 비교할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