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아 칼럼위원(한국문인협회 회원(중앙/파주))
달님을 목에 걸고-2
나발 소리에 흥얼거리며 칼날을 갈다 보면 힘드는 줄 모르겠다고 좋아하시니까 꼬맹이는 제 역할을 찾은 듯이 기뻐했어요. 가끔 꼬맹이도 사냥을 떠나는 가족들을 기다리는 동안 나발을 불어 주는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꼬맹이는 매일 늦잠 자고 이부자리에서 뒤척이고 일어나 형들과 누나들을 쫓아다니다 다시 잠들곤 했거든요.
그러면 해 뜨자 잠자리에서 일어나 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지루한지 아무도 모를 거예요. 마음은 또 얼마나 초조한데요.
차라리 밭에서 풀을 뽑으며 시간을 보내는 게 나을 거예요.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리자면 땀 흘린 몸을 강물에 몇 번이나 담가야 하는지 모르지만요. 꼬맹이는 일은 힘들어도 힘을 썼다는 사실이 뿌듯하다고 느끼곤 했어요.
다시 꼬맹이는 멀리 멀리 나발소리가 전해지도록 힘껏 불었어요. 얼굴이 곧 붉어졌어요. 할아버지랑 대왕 할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뽀얗던 얼굴이 제법 햇볕에 그을려서 건강해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발을 힘껏 불어 연주하는 동안에는 나발소리에 사냥터의 분위기가 밝아질 거라고 믿고 꿈꾸면서요.
꼬맹이는 작은 뱃심으로 나발을 불어 몇 개의 곡조를 뽑더니 배가 슬슬 고파지나 봐요. 이리저리 둘러보면 모두 바쁘게 일하니 바쁜 가족들에게 챙겨 달라는 말을 하기가 미안해서 꼬맹이 혼자 밭으로 걸어갔어요. 열매라도 따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바알간 열매, 파란 열매들이 높은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