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둥글길 원하는 내 마음과 달리 세상은 실상 각진 모습으로 다가올 때가 훨씬 더 많다.
감당하기 힘든 삶의 무게에 비틀거리기라도 할라치면 특히나 더 그렇다.
둥글었다면 부딪치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가 수월하련만 단단하게 각이 진 모서리는 많이도 아프게 한다.
주저앉게 만든다.
사람도 그렇다.
각이 진 사람은 마주 오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같은 방향으로 함께 걷는 사람에게도 커다란 피멍을 만들 수 있다.
마주 오는 사람은 피하면 그만이지만 함께 가는 사람은 그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한다.
주저앉게 만든다.
각이 진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 수 있는 건 부단한 성찰뿐이다.
남의 모서리를 탓하기에 앞서 자신을 깊이 되돌아볼 때 비로소 세상은 둥글어진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든다.
일으켜 세운다.
활짝 핀 꽃보다는 이제 갓 피기 시작한 꽃을 좋아한다.
아직 채 벌어지지 않은 봉오리라면 더 마음이 간다.
아마도 둥글기 때문일 것이다.
설령 부딪치더라도 멍을 만들지 않을 둥근 모습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둥글게 되길 원한다면 우선 자신의 모서리를 조금씩이라도 갉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혹시라도 누가 와서 부딪치더라도 멍들지 않도록,
그래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가 수월하도록 각진 모서리를 부단히 자신을 닦고 가다듬어야 한다.
꽃이 피려고 한다.
둥근 꽃이었으면 좋겠다.
상처 입은 영혼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그런 꽃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