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도시 정책과정에서 신도시 명명 신중 기해야
역사성과 정체성을 담은 1,200년된 지명 ‘교하’ 땅 이름 지켜내야
최근 교하택지지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협의회 명의로된 ‘운정신도시 명칭 일원화에 동참해 주십시오’라는 문건이 돌고 있다고 한다.
문건의 내용은 2기 신도시인 운정신도시가 당초 교하택지지구를 포함해 조성됐으며 현재 운정신도시 3지구 개발지역이 교하지구를 포함하고 있어 교하택지지구를 운정신도시 명칭으로 일원화 해 줄 것을 관련기관에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유인즉, 운정신도시 개발계획은 처음부터 현재의 운정1,2,3지구와 교하지구로 불리는 곳을 포함하고 있으며 교하지구 아파트 단지의 행정동은 문발동, 다율동, 동패동으로 교하동과 구분해야 함에도 여전히 ‘교하’라는 이름으로 통칭되고 있는데다 운정신도시와도 별개지역으로 인식되고 있어 행정동에 따른 명칭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운정신도시가 현재 3지구 조성이 한창이며 GTX노선 착공 및 지하철 3호선 연장추진 등 지역개발 호재에도 불구하고 교하지구 아파트는 오랜 명칭문제로 지역적 호감도가 높지 못하고 도로망 연결과 버스노선 신설등의 교통문제, 생활편의시설 확충에 있어서도 고려대상에서 제외되는 인상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교하지구 1~15단지 아파트 회장단 협의회는 교하지구가 운정신도시에 속한 지역으로 인식되도록 행정 명칭을 확립해 줄것과 GTX와 광역버스, 지하철 3호선 연장노선 신설 등 교통망 확충이나 공공기관 유치 등 지역발전 혜택을 누리는데 있어서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파주시가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명칭 논란의 배경에는 정부의 신도시 정책 추진과정에서 최초 부여된 신도시 명칭에 기인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정부는 서울의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해 파주 운정을 비롯한 제2기 신도시 12곳을 지정 발표하면서 파주의 신도시 명칭을 ‘파주 운정’이라 발표했다.
이것은 운정신도시 발표에 앞선 1997년 교하택지지구가 지정되었기 때문에 동일지역권내에 2기 신도시 지정을 하면서 ‘교하’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고 ‘운정’ 명칭을 사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운정신도시’ 명칭에 대해 오랜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교하’ 명칭을 사용해야한다는 지역주민들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주시에서는 2007년 파주 ‘교하신도시’ 명칭으로 변경했으나 이미 ‘운정신도시’에 익숙해진 입주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2011년 파주시 지명위원회에서는 당초의 ‘운정신도시’명칭을 그대로 확정 고시했다.
이와함께 파주시는 운정신도시 권역내 행정명을 운정1ㆍ 2ㆍ3동, 교하택지지구를 포함한 지역을 교하동으로 명명하고 기존에 명명되었던 주요 시설명(가람행복센터→운정행복센터, 가온호수공원→운정호수공원 등)도 ‘운정’으로 변경했다.
즉, 기존의 토착화된 교하 땅 대부분이 ‘운정화(雲井化)’ 가 됐다.
이러한 우려속에 지난 2018년 교하 명칭을 지키기 위한 협의체가 구성돼 교하지역의 발전을 지켜내자는 목소리도 한때 있었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하였고 운정신도시 3지구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교하택지지구를 포함한 교하동 지역주민들의 갈등이 심화되기에 이르렀다.
최근의 이러한 주민갈등 현상을 보면서 정부의 신도시 정책과정에서 신도시 명칭 명명에 신중을 기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기존 신도시 명칭의 사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제1기 신도시인 일산신도시의 경우 아직도 일산신도시와 고양시를 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분명 고양시에 일산신도시가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속에 고양시와 일산신도시는 별개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어찌보면 현실적으로 신도시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도시이미지와 맞물려 집값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분당, 일산, 평촌 등 신도시 이름이 성남, 고양, 안양 등 행정구역의 명칭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근 고양시의 경우 일산에 묻혀버린 ‘고양(高陽)’의 이름을 살려내기 위해 뒤늦게 ‘고양 정명(定名) 600년’의 역사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교하땅에 속한 작은 마을이었던 운정(雲井)의 이름을 빌려 운정화 되어가는 운정신도시로 인해 교하의 역사성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교하 땅이름은 신라 경덕왕때 비롯되어 1,200여년을 지켜온 이름이다.
한강과 임진강 두 물이 만나 서해로 들어가는 환포형국(環抱形局)의 명당이라 명명된 이름이 교하다. 조선시대에는 현재의 금촌, 탄현, 조리지역을 포함해 교하군이라 했고 조선 광해군때에는 수도를 교하로 옮겨야 한다는 ‘교하천도론’이 제기됐던 길지이다.
1,200여년을 지켜 온 교하 땅이름은 지금까지 한 번도 잊혀지지 않았다. 신도시개발로 지표상의 현상은 변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교하땅은 그대로 존재한다. 미래 통일한반도의 수도로서도 손색이 없는 땅이다.
이대로 둔다면 ‘교하’ 땅이름은 영원히 지하에 묻히고 말 것이다. 그 책임과 후회 또한 지금을 사는 파주시민들의 몫이다.
더 늦기전에 파주시의 행정과 해당 지역주민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교하의 역사성을 살리면서 더불어 발전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슬기롭게 만들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