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안개가 짙은 새벽이었다.
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었지만 짙은 안개를 뚫고 오르니 신기하게도 정상에서는 한점의 안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건너편을 바라보니 짙은 안개를 허리에 두른 산이 제법 멋지다.내가 저 건너편 산을 올랐더라면 아마도 지금 서 있는 이쪽 산이 꽤 근사해보였을 것이다.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리 보인다.산허리에 둘려진 운무는 사람 사는 세상이 궁금해 내려온 구름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구름 사는 하늘이 궁금해 산을 타고 오르는 안개일 수도 있다.세상사 생각하기 나름이다.산수유 열매에 닿았지만 안개는 붉은 물이 들지 않았다.그저 영롱하게 맺힐 뿐이다.
어느 곳에 있던,어느 곳에 닿던,자신이 변하는 건 아니다.다만 누군가는 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겠다.내가 비추는 세상의 모습이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그 세상 역시 바라보는 이의 몫이기 때문이다.안개에 흠뻑 젖었던 새벽.어쩌면 오늘 내가 비춘 세상은 안개를 닮았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