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해가 차오르면 세상은 색을 입는다.
어둠에 동화되어 무채색의 밤을 지새운 후 맞이하는
아침이면 세상은 한결 진한 치장을 한다.
어느 날, 산책길에서 우연히 산딸기 군락을 발견하였다.
그 후로 그 근처에 다다르면 마음이 설렌다.
얼마나 많은 색이 입혀졌을까?
심장의 박동만큼이나 발걸음이 빨라지는 이유이다.
실망스럽게도 결과는 매번 비슷하다.
아마도, 더 부지런한 누군가의 발걸음이 채 가시지 않은
어둠을 툭툭 털어내었는지도 모르겠다.
설익은 색을 만나기 일쑤다.
하여, 한숨이 배어나온다.
온전하게 색을 입은 본래의 제 모습을
보는 일이 갈증이 되는 순간이다.
목마름은 탐욕을 부른다.
자칫, 알아서 물러갈 어둠의 끝자락 안으로 성큼 들어서려 할지도 모른다.
그럴 때면 돌아보아야 한다.
혹시, 색에 취해 허상을 보려 하는 건
아닌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색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본래의 모습들이 드러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둠이 내린다는 것은 그렇다.
감추어진 듯하지만 실제로는 화려한 치장을 떼어내고
본래의 제 모습을 보여주는 시간이다.
색에 취해 본래의 모습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닐지
수시로 되새겨보아야 한다.
입에 넣으려 하지 않는다면 산딸기는
색과 관계없이 언제나 산딸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