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신의 모상(模像)’ 또는 ‘이마고 데이(imago Dei)’
또는 ‘이미지 오브 갓(image of god)’은 신의 속성에 대한 신학적 개념이다.
신은 당신의 모습을 본 따 인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당신과 닮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당신의 속성까지도 인간에게 불어넣었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서구 민주주의가 기본 가치로 신봉하는
‘자유와 평등’이 바로 인간은 남녀에 구분 없이 동등하게 닮았다는
이 속성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인간은 누구라도 신의 속성을 가진 평등한 존재이며
누구라도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라는 뜻이다.
누구라도 다른 누구보다 위일 수 없고,
누구라도 다른 누구의 자유를 속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 그 누구라도
신의 속성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애기똥풀꽃밭에 개양귀비 한 송이가 탐스럽게 피었다.
혹시 누군가 내게 둘 중 어느 꽃이 더 예쁘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붉은 개양귀비꽃이 눈에 확 들어오지만
개양귀비를 더 두드러지게 하는 건
순전히 애기똥풀꽃의 공이니 어느 꽃이 더 예쁘다
저는 감히 판단할 수 없습니다.”
신이 꽃에게까지 자신의 속성을 불어넣지는 않았겠지만
신이라면 어느 한 꽃이라도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고 하는 대답이다.
공교롭게도 개양귀꽃을 둘러싸고 있는 애기똥풀꽃의 꽃말은 '엄마의 지극한 사랑'
혹은, '몰래주는 사랑'이며, 애기똥풀꽃에 둘러싸인 개양귀비꽃의 꽃말은 ‘위로, 위안’이라고 하니 신의 섭리는 참으로 절묘하다.
자유와 평등을 속박하는 권력이 있다면 이를 감시하고
대중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게 언론이다.
좀 더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언론의 역할은
신의 섭리를 지키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파주시대>가 창립 8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그 길이 아무리 험하더라도
방향은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적어도 붉은 개양귀비꽃과 얘기똥풀꽃 중 어느 하나를
일방적으로 조명하지 않는 정론(正論)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