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파주시
‘축현 도심’? 혹자는 의아해하기도 할 것이다.
축현 도심으로 진입하면 탄현 초등학교가 있고 500m 반경 내에 탄현중학교와 탄현 면사무소 소재지가 있다. 그 외에는 그저 한적한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한여름 더위 아래, 무료한 오후를 보내며 그저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이곳. 여기를 축현 도심이라 부른다고?
#01 축현도심의 새내기 주민
도심지와 거리가 먼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축현 도심은 40여 년 전 도시 계 획상에 축현 도심이란 명칭 그래도 표기되었다. 기존의 도시계획이 지금까지 미루어진 채로 멈추어져 있을 뿐이다.
어정쩡한 도농복합지역의 모습을 보이 던 이곳에 최근 1년 사이 변화된 풍경들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청년들 이 찾아와 가게를 열고 있다는 것과 축현 도심을 희망하는 마을 사람들이 마 음을 함께 하며 모임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시작이 재미있다.
어느 날 낯선 외지인이 찾아들어 왔다. 탄현 쌀로 만든 맛난 떡국을 먹고, 그 선명했던 맛에 반해 이곳에 큰 관심을 두게 되어, 아예 이곳에 터전을 잡기로 했단다. 다소 황당한 시작이긴 해도 이곳에 자리 잡은 그는 포도 농사를 시작 했다. 그는 농사뿐만 아니라 축현 도심의 마을 회복에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재미난 의견도 내주었다.
#02 민관협력의 첫걸음
새내기 주민은 이장님을 통해 축현 마을 스토리를 전해 들으며 한 가지 흥미 있는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바로 제4 검문소에 관한 이야기다.
왕래가 자유롭지 못했던 민통선 경계선에 위치한 축현도심의 ‘제4 검문소’. 이곳을 통과해야 군부대 면회가 가능했던 터라 자연스레 숙박과 먹거리 등의 상업시설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 기억 속에 가장 번화했던 그 시절은 이제 추억이 되었고 검문소의 역할과 함께 마을의 활기 역시 사라졌다. 새내기 주민은 이 점이 안타까웠다. 앞으로 인생 후반부를 책임질 이곳은 새로운 꿈과 희망이 함께 하는 곳이어야 했다.
이건 개인의 소망사항만은 아닐 것이다. 사회 국가적 측면에서도 여러 정책을 고민케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해 누구랄 것 없이 그 당위성을 깨닫지만 한 발을 떼기란 쉽지 않을 터. 그러나 새내기 주민은 달랐다.
먼저 담당 공무원을 만나기로 했다. 도시재생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민관이 상호 협력하는 첫 시작점이었다. 여러 가지 논의 끝에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제4검문소를 등에 업고 마을 주민들과의 접점으로 먼저 플리마켓을 진행하기로 했다.
#03 Made in 탄현 플리마켓
처음엔 두 명이 시작했다. 하나둘 마을 살리기에 관심을 가지며 나눈 생각들은 구체적으로 표현되었다. 종이 공예품이 만들어지고 유명한 파주 쌀에 착안, 쌀 포대를 리폼, 재활용을 시도했다.
한 마을이 아닌 면 소재지 마을을 관통하는 주요 도시를 반경으로 하니 축현 도심과 금산리 등의 마을이 함께 공조구조를 짜고 ‘made in 탄현’이란 특징을 잡아 플리마켓을 기획했다. 탄현의 모든 마을이 함께 하는 정통성 확보를 기본원칙으로 잡았다.
우선 조직을 구성했다.
탄현 체육회장이기도 한 축현2리 이장님이 관계 기관 등 연계된 대외협력을 담당하고 제안자인 새내기 주민이 집행위원장으로 총무, 기획팀, 홍보팀 등등. 토박이 마을 청년들의 참여도 적극적이었다.
마을 주민들의 체계적인 업무 분담이 이루어지며 부족한 전문성 및 코디는 담당 공무원이 뒷받침해주었다. 민관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파주시
#04 빅테이블 커피
축현도심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카페 빅테이블 커피는 탄현 축현 도심 마을 살리기 모임의 거점공간이 되고 있다. 오래된 타일벽돌, 군더더기 없는 채널 형 간판과 함께 건물 한쪽 켠은 쌓다 말았는지,
허물다 말았는지 싶은 벽돌로 경계를 두었고, 자작나무 몇 그루와 작은 화단이 있다. 실내는 노출 콘크리트 와 벽돌, 세월이 흘러내리고 있는 벽지, 그야말로 빈티지하고 앤틱해 보이는 소품들을 활용한 곳이다.
여기에 지역주민과 새내기 주민, 지역담당공무원과 지역예술문화인들이 모여 축현 도심 살리기에 애정과 시간을 쏟고 있다. 이들 은 로컬, 회복, 재생에 키워드로 두고 오늘도 마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05 NOW STOP IS NEW STEP
‘멈춰, STOP’ 제4 검문소에 잠시 검문의 시간을 위해 멈추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마을은 정지된 것과 같은 시간 속에 오래 머물렀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시간이 찾아왔다.
이젠 멈춰 서서 자신과 주위를 둘러봐야 할 때이며, 다시금 새로운 출발을 위해 발을 내디뎌야 하는 그런 시간이다. 이런 의미와 의지를 담아 ‘NOW STOP IS NEW STEP’으로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더불어 멈춤을 요구할 때 손바닥을 펴서 정지신호를 보내던 것에 착안해 활짝 편 손바닥을 로고로 잡았다.
이런 제4 검문소의 특징을 살려 과거를 더듬고 현재의 이야기를 나누며 미래를 잇고자 주민들은 이제 새로운 도약인 ‘NEW STEP’에 나섰다. 그들은 말한다. ‘축현도심’의 정체성을 어떻게 드러내고 형성해 나갈 수 있을까?
“마을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연대 의식이 아무리 좋다 해도, 그 애정 어린 관심이 그 마을의 정체성에 어긋나게 드러난다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