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국민서관(주) 콘텐츠기획본부장
무섭게 내리는 장맛비도 곧이어 들이닥칠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와 습한 기운도 내겐 여름을 실감케 하는 상징이 아니다.
"맴맴맴 매에에엠~~~"귀를 울리는 매미소리가 요란해야 여름이다.방학식이 끝나자마자 내려가서 개학 직전에야 올라오곤 했던 내 유년시절의 기억 속 외갓집의 여름은 귀청을 찢을 듯 울리는 매미소리가 단 하루도 멈추지 않는다.
"맴맴맴 매에에엠~~~"며칠 전부터 매미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드디어 올 여름 매미 유충의 첫 선퇴를 발견하였다.비로소 여름이 시작되었다.
다소 모호하게 들리던 매미소리가 실체를 갖추고 귓속을 파고들었다.흐릿한 기억 속,책가방을 둘러맨 아이가 비포장도로를 덜컹거리며 달리는 직행버스에서 졸고 있다.버스를 스치는 풍경들이 조금씩 선명해지면 곧 버스에서 내린 아이는 익숙한 신작로를 따라 걷는다.
저만치 외갓집의 돼지우리가 보이고 그 건너편 밭을 매던 외할머니가 굽은 허리를 펴고 일어나 돌아보신다.아이의 마음은 두 다리보다 먼저 내달린다."맴맴맴 매에에엠~~~"아이의 등 뒤로 요란스럽게 매미들이 울어댄다.
"맴맴맴 매에에엠~~~"요란한 매미소리에 까무룩 빠져들었던 오수에서 깨어나면 또다시 무더위가 느껴진다."맴맴맴 매에에엠~~~"흐르는 땀에 잠시 투덜거려보기도 하지만 어쩌랴 더우니까 여름인 것을."맴맴맴 매에에엠~~~"매미소리에 빠져들 수 있다는 건 추억을 곱씹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맴맴맴 매에에엠~~~"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맴맴맴 매에에엠~~~"귀를 울리는 매미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비로소 여름이다.우리를 존재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