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아 칼럼위원(한국문인협회 회원(중앙/파주))
1장 : 칼잡이 가족(5회)
“우리 꼬맹이도 사냥을 해야지. 제법 테가 나는데?!”
할아버지의 칭찬이 큰 힘이 되었어요. 꼬맹이의 어깨가 들썩이더니 계속해서 팔매질을 하는 거예요. 내심 할아버지께 잘 보이려고 팔도 크게 흔들어 보았어요. 할아버지의 눈에 얼른 사냥꾼 모습으로 들고 싶었나 봐요.
'언제 나는 할아버지처럼 돌이든 화살이든 멀리 던져서 움직이는 동물을 맞힐 수 있을까?'
꼬맹이가 바라고 바라던 것은 너무도 늦게 이루어지려나 봐요. 답답한 일이지만, 조급한 마음에 서두른다고 되지는 않았어요.
지난 가을부터는 대왕 할아버지 대신 할아버지가 삼촌들을 살펴 주셨어요. 꼬맹이한테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대왕 할아버지보다 더 쉬울지도 몰라요.
"저 달려가는 노루를 맞혀 보거라.“
할아버지는 묵묵히 대왕 할아버지의 눈으로 바라보고 계셨던 거예요. 대왕 할아버지는 꼬맹이한테 재촉하지 않으셨는데, 할아버지는 달랐어요. 그 사이에 꼬맹이의 키가 커졌기 때문일까요.
순간 꼬맹이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어요. 그런데 웬일로 어깨가 가볍고 몸이 날아갈 듯한 거예요.
손에서 돌멩이가 떨어져 멀리 날아갔어요. 그러자 노루도 달려 나갔어요. 노루가 옆을 슬쩍 본 탓일까요. 잡으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노루도 늘 도망갈 마음을 먹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을 고치고 다시 한번 강물에 돌을 던져 보았어요. 하지만 강물을 출렁거리게 해서 물고기들이 도망치게 돕고 말았어요. 그래도 꼬맹이는 스스로 마음을 달랬어요.
언젠가 할 수 있으리라 마음을 먹었어요. 하루 하루 믿음이 점점 더 굳어져 갔어요.
첫 번째 시험은 꼬맹이의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요. 언젠가 될 거라고 꿈을 꾸고 있거든요. 바로 이루어지면 매일 일찍 일어나야 되고 힘들 것 같았어요.
꼬맹이는 아직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지 못할 정도로 많이 어려서 삼촌들처럼 오래 앉아 있지 못해요.
꼬맹이의 머릿속이 어질어질해지기 시작했어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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